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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장 공자시대(孔子時代)(4)
23/03/31 18:57:32 김종국 조회 1721
제36장 공자시대(孔子時代)(4)
이 무렵, 노(魯)나라에 교묘한 변설가(辯舌家)가 있었다.
소정묘(少正卯)가 바로 그 사람이었다. 소정묘는 지식이 풍부하고 언변 또한 청산유수였다. 그래서 삼환(三桓)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그를 존경했다.
그런데 소정묘는 알고 보면 표리부동(表裏不同)하기가 비상한 사람이었다. 예를 들면 이러했다.
계손사(季孫斯)나 맹손무기(孟孫無忌) 등 삼환의 당주들을 만났을 때는, '경(卿)들이 군주(君主)와 나라를 위해 애쓰시는 공로는 실로 하늘보다 높습니다.'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돌아서서 삼환의 가신(家臣)들인 양호(陽虎) 등을 만났을 때는, '이래서야 나라 꼴이 되겠소? 어떻게 해서든 조정의 실권을 주공(主公)에게 돌려주어야 하오. 그러기 위해서는 그대 같은 사람이 삼환을 몰아내야 하오.'라고 부추겼다.
소정묘의 이간질로 인해 삼환의 당주들과 그 가신들 사이에는 더욱 미움과 의심의 골이 깊어갔다. 그러나 아무도 소정묘의 이러한 음흉함을 알지 못했다.
날이 갈수록 양호의 전횡이 심해지자 계손사는 급기야 맹손무기를 찾아가 의논했다.
"어떻게 하면 안팎의 근심을 없애고 예전같이 나라를 다스릴 수 있겠소?"
그 무렵 맹손무기는 공자(孔子)의 학숙(學塾)에 들어가 예(禮)를 배우던 중이었다.
그는 서슴지 않고 대답했다.
"공자는 학식이 높을 뿐 아니라 어질기까지 한 사람입니다. 어지러운 나라를 바로 세우려면 공자를 등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계손사는 곧 공자를 불러 하루 종일 그와 대화를 나누어보았다.
과연 그의 마음과 도량은 바다와 같아서 그 밑바닥을 엿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한창 얘기를 나누는 중에 마침 자신의 영지(領地)인 비읍(費邑)에서 사람이 왔다.
계손사는 안으로 들어가 비읍에서 온 가신을 만나보았다. 가신이 말했다.
"이번에 우물을 파게 되었는데, 땅 속에서 양 한마리가 나왔습니다. 땅 속에서 어떻게 양이 나오게 되었는지 알 수 없어 이렇듯 알려드리는 것입니다."
계손사는 공자의 학식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그는 다시 접견실로 나와 공자에게 물었다.
"제 영지에서 어떤 백성이 우물을 파다가 땅 속에서 개 한마리를 얻었다고 합니다. 그것이 무엇일까요?"
일부러 양을 개로 바꿔 말한 것이었다.
그러자 공자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땅 속에서 나온 것은 개가 아니라 양일 것이오."
계손사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그것이 양인 줄 어떻게 아셨습니까?"
"내가 듣건대 산에 사는 요괴는 다리가 하나인 기(蘷)와 망량(魍魎)이고, 물에 사는 요괴는 용(龍)과 망상(罔象)이고, 흙 속에 사는 요괴는 분양(墳羊)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이번에 우물을 파다가 땅 속에서 나온 짐승은 양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분양이란 어떤 짐승입니까?"
"분양은 양처럼 생겼지만 암컷도 수컷도 없습니다. 그것이 특징이지요."
계손사는 안으로 들어가 비읍에서 온 가신에게 물었다.
"땅 속에서 나온 양이 암컷이더냐, 수컷이더냐?"
"이상한 일입니다. 그것은 암컷도 수컷도 아니었습니다."
계소사는 다시 한 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누가 공자의 학문에 미칠 수 있으랴!"
그러고는 공자에게 간곡히 청했다.
"그대의 깊은 학문으로 나를 도와주시오."
하지만 공자는 그 무렵 학숙을 운영하고 있었다. 많은 제자들과 더불어 글을 읽으며 학문 연구에 전념하고 있었다.
"아직은 제가 나설 때가 아닙니다."
공자는 모호한 대답을 남기고 자신의 학숙으로 돌아갔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일개 신하의 권력욕 충족을 위해 쓰고 싶지는 않았으리라.
그런데 계손사와의 이 대화로 인해 공자의 학식에 관한 소문은 널리 퍼져나갔다.
이런 일화도 있다.
멀리 남쪽 초(楚)나라에까지도 공자의 이름이 알려졌다.
어느 날, 초소왕(楚昭王)은 사신을 보내 많은 예물을 공자에게 바치고 물었다.
"지난날 과인(寡人)이 강을 건너다가 물에서 이상한 과일을 건졌는데, 크기는 말(斗)만하고 빛깔은 해처럼 붉었으며 쪼개어 먹어본즉 그 맛이 꿀 같았습니다. 그것이 무슨 과일인지요?"
공자가 대답했다.
"그것은 평실(萍實)이란 과일이오."
"평실은 언제든지 구할 수 있습니까?"
"그렇지 않소. 평(萍)이라는 것은 물에 떠다니는 풀인데, 뿌리가 없소. 그것이 어쩌다가 서로 만나 엉키고 엉키어 열매를 맺는 것이오. 그러므로 백 년이나 천 년에 한 번 열릴까 말까이오. 초왕(楚王)께서 그 평실을 얻었다는 것은 흩어진 것이 모이고 쇠잔한 것이 다시 일어난다는 징조요. 楚나라를 위해서는 축하할 일이오."
사신은 楚나라로 돌아가 초소왕에게 공자의 말을 전했다.
초소왕은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여 더욱 楚나라 재건에 힘을 기울였다고 한다.
공자의 학문과 사상이 차츰 세상에 알려지면서 그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또 한 사람이 있었다.
다름 아닌 양호였다.
그 무렵 양호는 더 큰 야심을 품고 있었다.
계손씨(季孫氏)의 가재(家宰)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는 아예 난을 일으켜 자신이 직접 魯나라 재상(宰相)에 오르리라 결심했다. 그리하여 그는 숙손씨(叔孫氏)의 서자로 천대를 받고 있는 숙손첩(叔孫輒)이라는 인물을 포섭했다. 또 비읍의 관리인인 공산불뉴(公山不狃)에게도 자신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그들만 가지고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세상 인심이 자신을 지지해줄지 장담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도 모든 계획을 세우고 실행할 모사(謀士)가 절실했다. 이 두 가지 모두를 해결해줄 적임자로 양호는 공자를 점찍은 것이었다.
'공자만 나의 편이 되어준다면…?'
그의 학숙에서 학문을 배우고 있는 수많은 제자들까지 거느리게 되는 것이다.
그때부터 양호는 수시로 사람을 보내 공자에게 면회를 청했다.
하지만 계손사의 초청도 거절한 그가 아니던가.
공자는 양호의 면회를 번번이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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