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連理枝
24/04/18 17:06:07 金 鍾國 조회 27
 고려의 임금 중 元나라의 공주를 왕비로 맞이한 이가 많다. 그러므로 원나라에서는 또한 使臣을 보내와서 士族의 딸을 구해다가 후궁으로 삼았다. 후궁에 뽑히지 못한 자는 大臣에게 주곤 하였다. 趙公 반(胖)의 누이가 원나라에 들어가 大相의 부인이 되었다. 公이 젊었을 때에 누이를 따라갔다. 妹家에 계집 종이 있었는데, 뛰어나게 어여쁘고 또 글을 알므로 公이 첩으로 삼았다. 그런 까닭에 항상 元나라에 있으면서 내외간의 못내 사랑하는 정이 比翼鳥나 連理枝라도 거기에 비길 수 없었다.

하루는 함께 外舍에서 자고 있는데, 밤중에 어지럽게 떠드는 소리에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잠이 한참 무르익어 있어서 미쳐 일어나 그 까닭을 물어보지 못하였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집안에 한 사람도 없었다. 이웃 사람에게 말하기를 ‘황제께서 적병을 피하여 上都로 떠나시고, 大相과 부인 또한임금의 행차에 수행하였다’ 하였다. 대부대의 적병이 근교에 다가와서 온 도성 안이 황급하게 다투어 妻子를 이끌고 남으로 북으로 도망하고 있었다. 두 사람 또한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하고 있는데, 홀연히 대상이 부리던 환자(宦者)놈이땀을 흘리며 달려 돌아와서 말하기를‘임금의 행차가 급히 가기 때문에 미쳐 따라가지 못하였습니다’ 하였다. 공이 말하기를 ‘上都는 너무 아득히 멀어서 갈 수가 없다. 우리나라 땅이 여기에서 가까우니 우리 세 사람이 빨리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고 하고 드디어 집안을 수색하여 몇 말의 쌀을 찾아냈다.

 환자가 말 한 필을 타고 공과 여자는 함께 말을 타고 떠났다. 환자가 말하기를 ‘이와 같이 총칼이 어지러운 판에 이러한 요물을 데리고 가다가 만약 도적이라도 만나면 살아남을 도리가 없을 것이니 원컨대 그대는 恩信을 끊고 그를 버리십시오’라고 하였다. 여자가 뛰며 울부짖으며 生死를 같이 하고자 하였다. 공도 또한 차마 이별을 할 수 없어서 두 줄 눈물이 옷깃을 적시니 곁에 있던 사람들이 곁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公도 사세를 깊이 살펴서 드디어 버리고 가니 계집이 울부짖으며 따라왔다. 날이 저물어 멈춰 자게 되면 여자도 또한 뒤쫓아 따라오곤 하였다. 무릇 사흘 밤 사흘 낮을 보행하여 쉬지 않아서 두 발을 부르터서 걸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오히려 힘을 다하여 따라왔다. 높은 누각이 하수 위에 서 있었다. 여자가 홀연히 몸을 돌려 그리로 올라갔다. 公이 생각하기는 ‘아마 높은 곳에 올라가서 내 가는 것을 멀리까지 바라보려고 그러는구나’ 하였다. 그리고 돌아보니 여자가 누각 아래의 못에 몸을 던져 사라져 버렸다. 공이 일찍이 그의 재주와 예쁜 인물을 사랑하였는데, 이때 이르러 더욱 그의 절개에 감복하였다.
공은 환자와 함께 본국에 도착하였다. 늙은 뒤에는 매양 그때의 슬펐던 일을 말하여 그치지 않았다.     
                                                                                      성현의 용재총화(慵齋叢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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